2015_0225 ▶ 2015_0317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4 유중아트센터 신진작가 공모 수상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유중갤러리, 유중아트센터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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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섬에서 1년을 살았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섬에서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특별했다. 계절마다 새소리가 달랐고, 때가 되면 섬 전체가 포도 향으로 진동했다. 구름은 날마다 다른 모양으로 위세가 당당했다. 특히 하늘을 다 태워버릴 듯한 노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운 느낌을 준다.
아쉽게도, 지금은 도시에 돌아와 산다. 한동안, 어디를 가든 항상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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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limpsest** Of The City>는 도시에서 사람과 자동차를 지우는 영상 설치작업이다. 영상을 투명하게 만든 후 시간 차이를 두고 여러 번 겹쳐서, 움직이는 물체는 분해되고 흔적만 남는다. 한강대교 위 자동차는 유령처럼 흘러가고, 선릉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셀러리맨들은 흩뿌려져 연기처럼 아련하다. 사람이 사라진 유흥가는 네온사인만 깜빡이며 황량하다. 12개의 영상은 사람의 흔적만 떠도는 낯선 도시를 그리고 있다.

우리가 실제 경험하는 도시는 분절된 시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속이다. 그래서 1초에 24프레임으로 경험하게 되는 영상의 세계와는 다르다. 작품은 영상의 재구성을 통해서 전혀 다른 시공간을 연출한다. 영상의 레이어를 100~200번 중첩시켜 프레임은 순간인 동시에 집합적인 시간이다. 이런 집합적인 시간은 분절된 시간이 보여주지 못하는 도시의 이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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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2004년 제작한 싱글체널 비디오 작품 3개를 함께 전시한다. 11년 전 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것이 뜬금없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들은 중첩을 통해서 의미를 생산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COMA>는 모니터에 출력된 영상을 촬영하고, 그 영상을 모니터에 출력해서 다시 촬영하기를 반복해서 인물의 형상을 증발시켜버린다. <portrait>는 노래 부르는 사람을 매일 반복 촬영해서 하나의 영상으로 재결합시킨다. 중첩을 통해서 새롭고 모호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모두 동일한 연장선에 있는 작품들이다.

작품 속에서 도시 이미지는 카메라가 그대로 담을 수 있는 현실보다, 모호함을 지향한다. 사람들은 개별성이 불분명하고, 도시와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증발해 버린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도시에서 이름 없는 군중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은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2015년 백정기

* 구름cloud과 군중crowd을 결합한 합성어로 편집에 의해 흩어진 사람들을 명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
** 원래의 글 일부 또는 전체를 지우고 다시 쓴 고대 문장 혹은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 것, 흔적위에 덧쓰기